
신용이 바닥이던 시절, 교육비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적이 있습니다. 은행은 당연히 안 됐어요. 저는 그때 사채 대신 서민금융진흥원의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을 받았습니다. 금리가 15.9%라 부담스러웠지만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그 뒤에 등록된 대부업체에 입사했습니다. 대출 심사로 시작해서 채권추심 부서에서 연체된 돈을 회수하는 일을 했고, 이후엔 법무팀에서 일했어요. 지금은 카드사에 있습니다. 대부업 안쪽에서 빌려주는 쪽, 받아내는 쪽, 법적으로 정리하는 쪽을 다 거쳐보고 나니, 그때 사채로 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미 사채를 쓰셨고 가족이나 직장에 연락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계신다면, 혼자 버틸 일이 아닙니다. 나라에서 무료로 변호사를 붙여주는 제도가 있고, 작년부터는 법도 피해자 쪽으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먼저 알아두세요: 작년에 법이 바뀌었습니다
2025년 7월 22일부터 개정된 대부업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등록하지 않은 불법사금융업자와 맺은 대출은 이자 약정이 전부 무효입니다
- 연 60%를 넘는 초고금리나, 폭행·협박 같은 수단이 동원된 대출은 원금과 이자가 모두 무효입니다
예전엔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이자만 무효였는데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이미 갚은 이자도 돌려받을 길이 열렸고, 협박을 받고 있다면 그 협박 자체가 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추심을 직접 해본 사람으로서
채권추심 부서에 있을 때, 연체된 고객에게 연락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등록된 업체는 그 연락에도 지켜야 할 선이 분명했어요.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본인 말고 가족이나 직장에는 빚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됐고, 겁을 주는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이걸 어기면 회사가 제재를 받으니 다들 조심했어요.
돈을 받아내는 게 일이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연락하고 안내하는 것까지였습니다.
사채업자에게는 그 선이 없습니다. 등록된 업체에서 절대 하지 않는 일들을 그들은 수법으로 씁니다.
| 구분 | 허용되는 범위 | 불법 |
|---|---|---|
| 연락 대상 | 채무자 본인 | 가족, 지인, 직장에 빚 사실 알리기 |
| 시간 | 오전 8시~오후 9시 | 정당한 사유 없는 야간 방문·연락 |
| 방식 | 상환 안내 | 폭행, 협박, 반복 방문으로 공포감 주기 |
| 방문 | 채무자 동의하에 | 나가달라고 했는데 버티기, 현관에 뭔가 붙이기 |
사채업자가 흔히 쓰는 방식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줄 때 가족이나 직장 동료 연락처를 여러 개 받아두거나, 주소록을 빼가는 앱을 깔게 합니다. 그러다 하루만 밀려도 지인들에게 연락하거나 단체방을 만들고, 심하면 합성 사진을 뿌리기도 해요. 창피해서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갚게 만드는 수법입니다.
이런 요구는 들어줘도 끝나지 않습니다. 한 번 들어주면 더 요구합니다.
3년 동안 성실했던 고객
법무팀에 있을 때 기억에 남는 상담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회사와 3년 동안 한 번도 연체 없이 거래하시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사채에 손을 대셨고, 그게 감당이 안 되면서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3년 동안 성실하게 갚아오던 분이 사채 하나로 무너진 거예요. 사채가 무서운 건 사채 빚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거기서 시작된 압박이 멀쩡히 잘 갚고 있던 다른 대출까지 같이 끌어내립니다.
그 상담을 하면서, 이분이 사채로 가기 전에 다른 길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빌리기 전이라면: 등록 업체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아직 빌리기 전이라면 이것부터 보세요. 금융감독원 파인(fine.fss.or.kr)의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에서 업체 이름이나 등록번호로 등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록된 업체는 광고에 등록번호와 금리를 표시하게 돼 있어서, 이게 없는 광고는 일단 의심하시면 됩니다.
다만 등록된 곳이라도 금리가 높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대부업체에서 심사부터 추심까지 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가능하면 서민금융진흥원 상품부터 알아보세요. 저도 그렇게 해서 신용을 다시 쌓았습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
불법 추심을 당하는 사람에게 정부가 무료로 변호사를 붙여주는 제도입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함께 운영합니다.
변호사가 채무자대리인으로 선임되면, 그때부터 추심하는 쪽은 채무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습니다. 모든 연락은 변호사를 통해서만 해야 하고, 이걸 어기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협박 전화와 문자에 시달리던 사람이 가장 먼저 되찾는 게 이 조용함이에요.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불법 추심을 당했거나 당할 우려가 있는 사람,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넘는 이자로 돈을 빌린 사람이 대상입니다. 변호사 비용은 무료이고, 필요하면 이미 낸 이자를 돌려받는 소송이나 계약 무효 소송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 방법
- 증거부터 모읍니다. 협박 통화 녹음, 문자와 카카오톡 캡처, 입금·이자 송금 내역, 계약서가 있다면 계약서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국번 없이 1332)에 전화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신청합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 직접 상담을 받아도 됩니다
- 변호사가 배정되면 추심하는 쪽에 선임 사실이 통지되고, 그때부터 직접 연락이 금지됩니다
지금 당장 할 일
- 협박 전화는 녹음하고, 문자는 지우지 말고 캡처해두세요. 채무자대리인 신청에도 경찰 신고에도 쓰입니다
- 집에 찾아와서 나가달라고 했는데 안 나가면 바로 112에 신고하세요
- 가족이나 지인에게 미리 알려두세요. 모르는 번호로 빚 이야기가 오면 대응하지 말고 캡처만 해달라고요. 창피해도 이게 협박의 힘을 빼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 다른 데서 빌려서 갚지 마세요. 사채를 사채로 막으면 빚만 커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채 때문에 잘 갚던 다른 대출까지 못 갚게 됐어요.
앞에서 말씀드린 고객분처럼 이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채 쪽은 채무자대리인으로 막고, 전체 빚은 신용회복위원회(1600-5500) 채무조정이나 법원 개인회생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알아보세요. 어떤 게 맞는지는 빚 규모와 소득에 따라 달라서, 법률구조공단(132)이나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먼저 상담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Q. 은행이나 카드사 연체에도 채무자대리인을 쓸 수 있나요?
이 제도는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위한 겁니다.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금융회사는 법이 정한 절차대로 추심하고, 연락 횟수도 7일에 7번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제도권 연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Q. 이미 비싼 이자를 많이 냈어요. 돌려받을 수 있나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법사금융업자와의 이자 약정은 무효이고, 협박이나 초고금리가 있었다면 원금까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대리인 변호사를 통해 반환 소송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 상담부터 받아보세요.
Q. 가족이 알게 될까 봐 무서워요.
가족에게 빚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불법 추심입니다. 협박에 쓰이는 게 바로 그 두려움이에요. 채무자대리인이 선임되면 가족에게도 연락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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