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동안 아무 연락도 없던 빚이 있었는데, 어느 날 처음 듣는 회사에서 갚으라는 문자나 우편이 옵니다. 빌린 적도 없는 회사라 사기인가 싶기도 하고, 원래 빌린 곳에 전화해봐야 하나 싶기도 하죠.
저는 대부업체 채권관리 부서에 있을 때 연체된 채권을 다른 회사에 파는 쪽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연락이 왜 오는지, 원래 회사에 전화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그리고 이런 연락을 받았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것도요.
처음 듣는 회사가 연락하는 이유
금융회사는 오래 회수가 안 되는 채권을 다른 회사에 넘기기도 합니다. 제가 있던 곳에서 팔았던 건 주로 신용 채권이었고, 오래 연체되고 연락이 끊긴 건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채권이 넘어가면 이제 빚을 받을 권리가 새 회사로 옮겨갑니다. 그래서 원래 빌린 곳이 아니라 처음 듣는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거예요. 채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은 채권양도 통지서나 문자로 알려줍니다.
원래 회사에 전화하면
통지서나 문자를 보고 원래 회사로 전화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제가 드릴 수 있는 안내는 하나였어요. 채권이 이미 넘어갔으니, 이제는 넘겨받은 회사에 연락하셔야 한다고요. 그리고 그 회사 연락처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회사에 전화해도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채권이 넘어간 뒤엔 원래 회사는 그 빚을 더 이상 관리하지 않거든요. 다만 모르는 회사 연락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용도로는 원래 회사에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먼저 확인할 두 가지
1. 정말 넘어간 채권이 맞는지
채권이 넘어간 척하는 사기도 있을 수 있으니, 연락 온 회사 말만 믿고 바로 돈을 보내지 마세요. 원래 빌린 곳에 채권이 어디로 넘어갔는지 물어보거나, 한국신용정보원 크레딧포유에서 내 채권이 어느 회사로 옮겨갔는지 조회해볼 수 있습니다.
2.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빚에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금융회사 대출이나 카드값 같은 채권은 보통 5년이에요. 그동안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가만히 있었다면 시효가 끝났을 수 있습니다.
다만 채권자가 그 사이에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확정된 지급명령은 그때부터 10년간 유효하고, 끝나갈 때 다시 신청하면 또 연장돼요. 제가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을 때 지급명령으로 6년을 기다려 돌려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받는 쪽에선 유리한 규칙이지만, 빚진 쪽에선 오래된 빚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시효가 지났을 수도 있는 빚이라면, 확인하기 전까지 이런 건 하지 마세요.
- "성의 표시로 조금만 넣으라"는 말에 소액을 입금하는 것
- 전화로 "다음 달에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
- 보내온 서류에 서명하는 것
시효가 끝난 뒤에 빚을 인정하는 행동을 하면, 시효가 끝났다는 이익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끝난 빚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거예요. 확인되기 전까지는 갚을지 말지 약속하지 말고, 채권이 어디서 왔는지와 시효부터 확인하세요.
지급명령이 왔다면
가장 조심해야 할 상황입니다. 오래된 빚으로 법원에서 지급명령이 왔다면, 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하세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시효가 지났다는 건 법원이 알아서 따져주지 않아요. 내가 직접 이의신청을 해서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을 안 하고 2주가 지나면, 시효가 끝난 빚이라도 지급명령이 그대로 확정되고 거기서부터 다시 10년이 시작됩니다.
법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2024년 10월부터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채권을 다른 곳에 넘기기 전에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소멸시효가 끝난 개인 채권을 추심업체에 팔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도 추진됐어요.
그래도 시효가 지났는지는 마지막으로 언제 청구가 있었는지, 지급명령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서 혼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 전화하면 무료로 물어볼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 모르는 회사에서 연락이 와요.
채권이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새 회사에 채권양도 통지서와 채권 내역을 먼저 보내달라고 요청하세요. 통지 없이 채권자가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고, 사기일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전화로 "시효 지났다"고 말하면 끝인가요?
추심 연락을 멈추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걸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지급명령이 오면 반드시 이의신청을 해서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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