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제일은 코앞인데 통장이 비어 있으면 별생각이 다 듭니다. 내일 당장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아닌지, 집에 누가 찾아오는 건 아닌지.
저는 카드사에서 부정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가끔 연체금 문의 전화가 제 쪽으로 잘못 들어오면 바로 앞 부서로 넘겨드리는데, 그러다 보니 연체 처리가 회사 안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까이서 보게 됐습니다.
밖에서 보면 막막한데, 안에서 보면 꽤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입니다. 날짜와 금액 기준이 있어요. 그걸 알면 언제까지 뭘 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한눈에 보는 연체 단계
| 연체 기간 | 카드사 쪽 | 나한테 생기는 일 |
|---|---|---|
| 1~4영업일 | 미납 안내 문자·전화 | 해당 카드 이용 정지, 연체 이자 발생 |
| 5영업일 이상 (10만원 이상) |
단기연체 정보가 신용평가사·금융권에 공유 | 신용점수 하락, 다른 카드사도 이용 제한 가능 |
| 20일~한 달 전후 | 추심 부서나 신용정보회사로 이관 | 독촉 강도 상승, 법적 조치 예고 우편 |
| 90일 이상 (50만원 이상) |
기한의 이익 상실, 채무불이행 정보 등록 | 남은 금액 일시 상환 요구, 압류 등 법적 절차 가능 |
※ 카드사마다 세부 일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1~4영업일, 여기서 막으면 거의 흔적이 안 남습니다
결제일에 돈이 안 빠져나갔다고 다음 날 바로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이 시기엔 카드사도 입금을 깜빡했나 보다 하는 정도로 봅니다. 안내 문자나 전화가 오고, 해당 카드만 잠깐 막힙니다. 영업일 기준이라 주말과 공휴일은 빠집니다.
저도 한 번 이 구간을 지나본 적이 있습니다. 출장 중에 결제 통장을 채워두는 걸 깜빡해서 이틀 늦게 갚았어요. 연락 받고 바로 입금했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신용점수는 1점도 안 움직였습니다.
그때 같은 통장에 걸린 카드 두 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랐던 게 기억에 남는데, 그 이야기는 대위변제 글에 따로 적어뒀습니다.
이 구간에서 할 일은 결국 하나예요. 5영업일 전에 막는 것.

5영업일, 기록이 남기 시작하는 날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넘게 못 갚으면 단기연체 정보가 신용평가사와 다른 금융사로 넘어갑니다. 이때부터는 연체한 카드사 한 곳의 문제로 안 끝납니다.
다른 카드사들도 이 정보를 보고 한도를 줄이거나 카드를 막을 수 있고, 신용점수도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이 기록은 다 갚은 뒤에도 일정 기간 남아서 나중에 대출이나 카드 심사 때 걸립니다.
거꾸로 보면, 금액이 10만원이 안 되거나 5영업일 안에 갚았다면 여기까지는 안 옵니다. 제가 이틀 늦고도 점수가 그대로였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날짜만큼 금액도 중요해요.
한 달 전후, 추심이 본격화되는 시기
연체가 한 달 가까이 가면 담당이 추심 부서나 신용정보회사로 넘어갑니다. 연락이 잦아지고,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우편이 오기 시작합니다.
가장 많이 걱정하시는 게 집이나 직장으로 찾아오는 건데, 방문 자체는 합법입니다. 다만 법으로 막혀 있는 것도 있습니다.
-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 다른 사람에게 빚 사실을 알리는 것
- 밤 9시부터 아침 8시 사이에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것
- 7일 동안 7번을 넘게 추심 연락을 하는 것
마지막 건 2024년 10월부터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 내용입니다. 이 법으로 채무자가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생겼어요.
- 특정 시간대나 특정 연락 수단(직장 전화 같은)으로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
- 사고, 질병, 재난 같은 사정이 있을 때 일정 기간 추심을 멈춰 달라는 요청
연락이 너무 잦아서 일상이 힘드시다면 이런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두세요.
90일, 여기까지 오면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50만원 이상을 90일 넘게 연체하면 채무불이행 정보가 등록됩니다. 예전에 신용불량자라고 부르던 상태예요. 카드사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키고, 할부든 뭐든 남은 금액을 한 번에 갚으라고 합니다.
이후로는 법원 지급명령, 통장이나 급여 압류 같은 절차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단계면 제도의 도움을 받는 게 현실적입니다.
-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1600-5500): 접수되고 채권자에게 통지가 가면 그때부터 추심이 멈춥니다
- 법원 개인회생: 신청만으로 바로 멈추지는 않고, 법원 금지명령이 나와야 추심과 압류가 중단됩니다
햇살론카드처럼 서금원 보증으로 나간 카드라면 흐름이 조금 다릅니다. 90일 전후로 대위변제가 되고, 그 경우 쓸 수 있는 제도가 따로 있습니다.
전화를 피하지 마세요
돈이 없으니 카드사 전화가 무서워서 안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끊기면 카드사는 갚을 생각이 없는 걸로 볼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절차가 빨라집니다.
먼저 연락하시면 카드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있긴 합니다. 조건이 되면 리볼빙으로 돌려서 이번 달은 최소 금액만 내는 방법이에요. 최소 금액을 내면 연체로 잡히지 않습니다.
다만 알고 쓰셔야 합니다.
- 리볼빙은 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남은 금액이 다음 달로 넘어가면서 이자가 붙어요
- 한두 달 급한 불 끄는 용도로만 쓰세요. 계속 넘기면 잔액이 불어납니다
- 햇살론카드는 리볼빙이 막혀 있어서 이 방법을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최소 금액조차 못 내면 그때는 방법이 없습니다. 연체 정보가 신용정보사에 그대로 올라갑니다.
정말 갚을 길이 안 보인다면 90일이 되기 전에 신용회복위원회에 먼저 상담받아보세요. 빨리 움직일수록 고를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3만원 정도 며칠 늦었는데 신용점수 떨어지나요?
신용평가사에 단기연체로 넘어가는 건 10만원 이상을 5영업일 넘게 연체했을 때입니다. 그보다 적거나 짧으면 보통 거기까지는 안 갑니다. 저도 이틀 늦었을 때 점수 변화가 전혀 없었어요. 다만 카드사 내부엔 기록이 남고 연체 이자도 붙으니 알게 되면 바로 갚으세요.
Q. 리볼빙을 쓰면 신용점수에 영향이 있나요?
연체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다만 리볼빙으로 넘어간 잔액은 갚아야 할 빚으로 잡히기 때문에 오래 쓰면 좋을 게 없습니다. 급할 때 잠깐 쓰고 빨리 정리하세요.
Q. 추심 전화가 너무 자주 와요.
개인채무자보호법상 추심 연락은 7일에 7번을 넘을 수 없습니다. 카드사에 연락 시간대나 수단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어요.
Q. 연체 중인데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나요?
신용카드는 어렵지만 체크카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연체자나 통신불량자도 만들 수 있는 체크카드와 후불교통카드는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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