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서 집에 사람들이 들이닥쳐 가전마다 빨간 딱지를 붙이는 장면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정식 이름은 유체동산 압류입니다. 실제로도 있는 일입니다.
저는 카드사로 오기 전 대부업체 법무팀에서 지급명령부터 압류, 강제집행까지 직접 진행했습니다. 유체동산 압류는 열 번 정도 현장에 나가서 집행했습니다. 그때 본 것들을 적어 봤습니다. 제가 있던 곳 기준이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체동산 압류가 뭔가요
통장이나 월급이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압류하는 절차입니다. 판결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된 채권자가 법원 집행관에게 신청하면, 집행관이 채무자 집에 가서 물건에 압류 표시를 붙입니다. 흔히 빨간딱지라고 부르는 그 표시입니다.
딱지를 붙인다고 그 자리에서 물건을 들고 가지는 않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 나중에 경매로 팔고, 그 돈으로 빚을 갚게 됩니다.
어떤 채무자에게 했나
제가 일할 때 가장 확실한 회수 방법은 급여 압류였고, 유체동산 압류는 그게 어려울 때 썼습니다. 주로 연락을 계속 피하는 기혼 채무자였습니다. 일은 하고 있는데 급여가 너무 적게 잡히거나, 어디서 일하는지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현장은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집행 날짜가 잡히면 집행관과 함께 채무자 집으로 갑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압류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문을 안 열어 준다고 집행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한 번은 압류하러 갔는데 집에 초등학생 아이 혼자 있었습니다. 그날은 진행하지 않고 돌아왔고, 날짜를 다시 잡아 입회인이 참관한 상태에서 집행했습니다.
어떤 물건에 붙이나
주로 가전제품이나 귀금속에 딱지를 붙였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옷, 이불, 기본적인 가구나 부엌살림 같은 건 법으로 압류가 금지돼 있어서 집 안 물건을 전부 압류하지는 않습니다.
경매까지 가도 회수는 적었습니다
압류한 물건은 경매로 넘어가는데, 대부분 쓰던 가전이라 감정 금액이 정말 낮게 나왔습니다. 새로 살 때 수백만 원이던 물건도 중고 가전 값으로는 얼마 안 됩니다.
게다가 부부가 같이 쓰는 물건은 배우자가 경매에서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이 있습니다. 제가 집행한 건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이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낮은 감정가에 배우자가 물건을 다시 사 가니, 채권 회수액은 크지 않았습니다.
경매보다 압박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경매로 돈을 받아내기보다 심리적 압박을 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집 안에 빨간딱지가 붙은 상황에서 채무자가 최대한 대출을 갚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상황이 정말 안 좋은 채무자와는 분할 상환으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딱지를 떼면 안 됩니다
보기 싫다고 딱지를 떼거나 압류된 물건을 몰래 팔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무상표시무효죄라는 죄가 따로 있습니다. 딱지가 붙은 물건은 계속 쓸 수는 있어도 팔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면 안 됩니다.
빨간딱지가 붙었다면
경매 전에 채권자에게 연락해 보세요. 제가 일할 때도 형편이 어려운 채무자와는 분할 상환으로 정리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빚이 여러 곳이라 갚기 어렵다면 개인회생 같은 제도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빨간딱지가 붙으면 바로 물건을 가져가나요?
A. 아닙니다. 그 자리에 두고 나중에 경매로 팝니다. 경매 전에 빚을 갚거나 합의하면 압류를 풀 수 있습니다.
Q. 집에 없으면 못 들어오는 거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제가 집행할 때도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고 진행했습니다.
Q. 배우자 물건도 압류되나요?
A. 부부가 같이 쓰는 물건은 압류될 수 있습니다. 대신 배우자는 경매에서 먼저 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제가 집행한 건들은 실제로 대부분 이 권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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